2008년 7월 14일 월요일

주역을 알고 싶다.

서양 정치철학 전공자인 황태연 동국대 교수가 유학의 4대 경전 가운데 하나인 <주역>을 해설한 <실중주역>을 펴냈다. 동아시아 철학사사에 관한 연구로는 2003년 펴낸 <사상체질과 리더십>에 이은 두번쨰 책이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1994년 처음 <주역>공부를 시작했지만 내내 헤매기만 하다 2002년 세밑에 원주의 젊은 역학자의 도움으로 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찾았다고 말한다. 1000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의 이 연구서는 그런 경로로 알게된 <주역>의 정치철학적 함의를 학술적연구와 실증적 경험을 통합해 서술하고 있다.

지은이는 자신의 <주역> 연구방법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가 '고증'이다. 고대 한자에 대한 고고학.문헌학적 풀이와 <주역>의 배경이 되는 사건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결합해 '최대한 과학적으로 괘사와 효사의 원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가 '논증'이다.동서양의 <주역> 대가들의 견해를 참조함으로써 괘사와 효사에 대한 더 나은 해석을 논증적으로 도출했다는 것이다. 셋째가 '실증'이다. 과거 역학자들의 서점 사례뿐만 아니라 지은이 자신이 직접 겪은 일에서 얻은 사례를 통해 괘.효사의 모호한 의미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것을 만한다. 지은이는 <주역>이 문헌적 가치를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주역>은 문자로 전해진 세계유일, 세계 최고의 신탁서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사라마들이 국가 중대사를 정정할 때 신탁에 의지했듯이,고대 중국인들의 신탁결과는 문자로 정리돼 후대에 전승됐ㄷ. 그런 까닭에 <주역>은 4000년 전 동양의 태고대에 창안되어 오늘날까지 거의 원형 그대로 전래된 '초월적 지식과 영험한 지혜의 운영체계다. 요컨대, <주역>이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래를 예지하게 해 주는 비의적 말씀인 것인데, 이것을 단순히 비과학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지은이는 강조하나다. 그는 칸트의 순수이성이 대표하는 합리적 지식으로는 영적,직관적 인식의 세계를 파악할 수 없으며, 그런 세계는 사람의 지혜를 뛰어넘는 초월적 지혜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이런 전제위에서 이 책은 <주역>의 첫 괘인 '거괘'에서부터 마지막 괘인 '미제괘'까지 ㅣ차례로 따라가며 64개의 괘사와 386개의 효사를 해설한다. 특기할 것은 지은이가 엘프리드 후앙등의 견해를 빌려 괘사와 효사의 그 모호하고 비의적인 이야기들이 주나라 창업기를 비롯해 은-주 왕조의 역사적 사실을 품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괘'의 첫 효인 '잠룡 물용'은 주나라 창업자 가운데 한 사람인 '문왕'의 고사를 말하는 것으로 푼다. '이것은 정확히 은나라의 폭군 주왕이 문왕을 7년 동안 유리옥에 가두어 두었던 상황이다. 문왕은 대한한 인내심과 자제력으로 옥살이를 견뎌냈다. 이런 이해에 다라 지은이는 "잠룡물용"의 뜻도 '물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라"는 통상의 의미로 풀지않고, '잠룡은 나서지 말라'로 풀이한다. '어둠속에서 양생ㅇ하면 때를 기다리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건괘의 다섯번쨰 효사인 '비룡재천'은 문왕의 뒤를 이은 무왕이 은의 폭군을 타도하고 천자에 오른 고사에 대한 은유로 풀이한다. 이 책에는 지은이가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겪은 갖가지 크고 작은 경험들이 괘.효사ㅏ들의 뜻을 푸는데 실례로 제시되고 있다.